기술혁신과 금융의 미래
현재 금융산업에는 심상치 않은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금융혁신 사례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 로보 어드바이저이다. 암호화폐는 중앙은행이 아니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화폐가 발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또한, 미리 프로그램된 알고리즘으로 자산 관리를 해주는 로보 어드바이저는 고액 자산가들의 특권이었던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과 기술의 결합이 바탕이 된 핀테크는 금융 분야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삶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혁명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핀테크가 지향하는 목표는 금융 서비스의 대중화이다. 금융 전문가의 도움 없이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핀테크는 금융을 민주화하고 있는 중이다. 도이치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리온 라브와 벤처 투자자로서 런던에 있는 알더모어 은행 설립에 참여한 니콜라스 데프렌스가 함께 쓴 <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혁명>은 핀테크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다양한 심층적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금융 불평등을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 핀테크의 의미를 조명한다.
아직 금융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저금리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불평등은 깊어지고 일자리는 사라져가고 이에 따른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들은 불평등을 심화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1. 국가 간 무역과 금융 장벽이 낮아져 기업들은 굳이 국내 노동자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 2. 자동화로 인한 저숙련 노동자의 수요 감소에 따른 노동시장 양극화, 3. 선진국 인구 구조의 고령화를 꼽는다. 이러한 요인들은 2030세대가 앞으로 양질의 복지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뜻한다. 저학력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제자리에 머물거나 감소세를 보이지만 고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오랜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 결과 경제적 불안정은 커질 것이며 밀레니얼 세대는 금융제도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2015년 선진국 전체 가구의 7% 정도가 예금이나 적금에 가입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스터 카드사에 따르면 2016년 유럽연합의 1억 3천900만 명의 성인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19%에 해당하며 이 중 청년층 소외가 가장 두드러졌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인구가 금융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실은 단순한 위태로움이 아니다. 가장 원초적이며 근본적인 위험이다.
금융계의 이단아, 핀테크
금융 파이넌스와 기술 테크의 합성인 '핀테크'라는 용어는 실무에서 다양한 의미로 쓰이지만, 이 책에서는 전통 금융 서비스와 경쟁하기 위해 21세기에 등장한 혁신적인 금융 기술을 뜻한다. 모바일 뱅킹, P2P 대출, 암호화폐, 자산관리 앱과 같이 전통적 금융회사에 맞서 새롭게 등장한 금융 기법이 핀테크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회사들이 위축되자 많은 핀테크 기업은 금융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핀테크 기업이 강조하는 4가지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 사이버 보안, 블록체인, 그리고 인슈어테크이다. 금융 전문가가 하던 일은 이제 인공지능 기술이 대체할 것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우수한 품질에 더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머신 러닝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핀테크 기업이 등장하고 있으며 고빈도 거래나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한 고객 서비스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017년 총 552건의 거래를 통해 77억 달러가 사이버 보안 분야에 투자되었다. 분산된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금융거래를 기록하는 디지털 장부인 블록체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와 전망은 엇갈리고 있으나, HSBC, 도이치뱅크, 라보뱅크 등을 포함한 여러 은행이 금융거래를 위한 블록체인 개발에 공동 합의하였다.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인 인슈어테크는 보험 서비스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과연 은행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게 될까? 라는 물음과 함께 금융 서비스의 미래를 진단한다.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의 등장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업 계획을 인터넷 사이트에 자세히 설명한 후 그 계획에 관심이 있는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협찬받는 크라우드 펀딩은 2005년 영국 온라인 대부업의 일종인 조팝닷컴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에서도 인디고고 및 킥 스타터와 같은 유사 사이트가 등장하였다. 크라우드 펀딩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벤처기업의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며, 재능은 있으나 자금이 없는 사람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장점이 있다. 점점 대중화되어가는 P2P 대출 플랫폼도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등록금 대출 플랫폼 커먼 본드, 은행의 대출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소규모 회사에 중점을 둔 대출 플랫폼 키바, 개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대출할 수 있도록 중계하는 랜딩 클럽 등의 크라우드 대출 플랫폼은 인터넷을 활용하면 기존 금융기관이 닿지 못하는 영역까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핀테크 업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스트라이프의 온라인 유비쿼터스 결제 방식은 구글, 우버, 페이스북 등의 대기업들이 사용하면서 새로운 결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스트라이프를 사용하면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 없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결제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은행들의 영업 방식이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 민주화와 부의 불평등 완화
밀레니얼 세대는 전문가에게 돈을 맡기기보다는 핀테크 및 디지털 솔루션에 의존한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해 금융에 관해 조언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온라인 서비스이다. 로보 어드바이저가 생겨나기 이전의 투자자문 서비스는 고액 자산가만을 위한 영역이었다. 뉴욕대학 금융학과 교수 토머스 필리폰은 로보 어드바이저가 금융을 민주화할 것이라고 했다. 고액 자산가부터 서민들까지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사실 최근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미국의 퇴직연금인 '401(k) 플랜'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온라인 상담 프로그램에 탑재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2019년 6월 기준 4천40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접근성이 우월한 것은 물론 더 많은 고객이 가입하거나 고객이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할수록 수수료가 더욱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는 무엇보다 수익률이 중요하다. 2019년 퍼스널 캐피탈과 베터먼트가 운용하는 로보 어드바이저는 각각 19.68%와 18.97% 라는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포트폴리오로 구성된 비교군의 평균 수익률을 능가하는 수치이다. 아직은 로보 어드바이저와 같은 디지털화된 자산관리 솔루션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저자들은 로보 어드바이저의 미래가 매우 유망해 보인다고 전망한다. 특히 금융의 민주화와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한다.
현금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대부분의 신흥 경제국은 현금 사용 비중이 높다. 현금이 널리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불필요한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뜻한다. 디지털 결제 또는 간편 결제로의 전환은 금융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공식적인 금융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디지털 결제 수단을 도입하면 거래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도난과 분실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도는 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생체 인증 시스템인 아드하르의 도입과 함께 화폐를 퇴출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는 현금 경제가 초래하는 부정부패와 사기 등의 부작용을 근절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에 발맞춰 페이TM을 비롯한 핀테크 기업이 간편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저자들은 인도의 페이TM, 나이지리아의 주미아, 동남아시아 6개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라자다와 같은 핀테크 기업이 어떻게 금융 소외계층에 저렴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이제 세계 경제가 현금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대이동하고 있다는 추세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시장을 정의했듯이 실물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역시 '제2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미래 예측이다.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금융혁명
저자들은 이 책에서 오늘날 금융산업에 나타나고 있는 금융 혁신의 여섯 가지 트렌드를 온라인 금융 서비스, 백오피스 업무의 자동화, 인공지능의 등장,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서비스, 신용카드를 위협하는 디지털 결제 수단, 은행을 위협하는 암호화폐로 정리하고 그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바를 핀테크 기술과 연계해서 상세히 설명한다. 핀테크는 단순히 금융 서비스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들은 금융 소비자들에게 은행을 대신할 수 있는 핀테크 기술이 보급된다면 전 세계는 혁명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고 빈부 격차도 크게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이 앞으로 우리의 삶과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를 다양한 데이터와 치밀한 분석을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독할 만하다.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리뷰 - '생각하는 투자자'가 되기 위한 필수 지침서 (0) | 2023.02.09 |
---|---|
책 <부의 이전> 리뷰 - 뒤통수 맞지 않는 증여 · 상속의 비법 (0) | 2023.02.09 |
책 <레버리지> 리뷰 - 자본주의 속에 숨겨진 부(富)의 비밀 (0) | 2023.02.08 |
책 <머니트렌드 2023> 리뷰 - 부(富)를 거머쥘 수 있는 투자 트렌드 (0) | 2023.02.08 |
책 <더 시스템> 리뷰 - 성공의 지름길은 목표가 아닌 시스템이다! (0) | 2023.02.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