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와 시장을 연구하며 반세기를 보낸 전설적인 투자자 레이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질서>는 역사상 제국과 왕조는 전형적인 빅 사이클을 그리며 성장했다가 사라졌으며 빅 사이클 내에는 우리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는 명확한 신호가 있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저자는 그러한 결과를 전제로 삼아 역사상 가장 격동했던 경제 및 정치적 시기를 조사해 전 세계의 미래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를 밝히고 변화하는 세계 경제 및 정치 질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알려준다. 실패하지 않는 투자를 위해서는 반복되는 빅 사이클의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 내용이다.
빅 사이클이란 무엇인가?
빅 사이클은 1. 창의성과 생산성이 증대하고 생활 수준이 대폭 향상되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기와 2.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지며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와 생명 등이 파괴되는 불황기와 폭동 및 전쟁이 발생하는 시기로 구분된다. 평화롭고 풍요한 시기가 불황 폭동 전쟁 시기보다 일반적으로 5배 정도 더 길기에 불황기는 또 다른 평화로운 시기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 한 사이클 내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고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이처럼 순환하면서 서로 연결되어 위 아래로 오르내리는 것을 '빅 사이클'이라 부른다. 어떤 국가가 한 세기 동안 적어도 한 개의 경기호황, 평화번영의 시기나 불황, 내전, 혁명의 시기를 겪지 않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므로 만일 그렇다면 곧 그러한 시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과거의 예를 보면 사람들은 보통 다가올 미래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우리의 아버지 세대는 전후 경제 호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분들에게는 돈을 빌리거나 어렵게 번 돈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호황에 부자가 될 기회를 놓쳤다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 후 채무로 일군 호황만 알고 불경기와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많은 돈을 빌려서 투자하면서 불황이나 전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바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빚으로 산 호황은 결국 불황과 국내외 여러 갈등을 야기한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음에도 자신이 이 책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사람들이 대출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지적한다. 이러한 현상은 빅 사이클에 대한 이해 부족, 즉 과거를 공부해서 미래를 예측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빅 사이클로 판단하는 투자
무려 27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의 <제1부 - 세상의 작동 원리>에서 저자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각 제국의 탄생과 소멸 과정의 개요를 ①교육 ②경쟁력 ③혁신 및 기술 ④경제 생산량 ⑤세계무역 점유율 ⑥군사력 ⑦금융중심지로서의 영향력 ⑧기축통화 지위 라는 8가지 종합적인 권력 지수를 통해서 상술한다. 그 다음으로는 제국의 흥망성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18가지 결정 요인을 자세히 다루면서 이를 통화·신용·부채·경제활동의 빅사이클, 내부 질서와 혼란의 빅사이클, 국제질서와 혼란의 빅사이클 이라는 세 가지로 범주화해서 1900년 이후의 세상이 어떤 공통의 원리로 작동했는지 밝히고 있다. 저자는 빅 사이클을 발생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부채와 자본시장의 사이클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모든 시장의 변동 요인은 성장률, 물가 상승률, 리스크 프리미엄 그리고 할인률이다. 이 네 가지 결정 요인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알면 각국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시장에 대응해야 할지를 알 수 있고, 역으로 시장의 상황에 따라 각국에 다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저자가 제시한 투자 원칙이다. 저자는 자신의 접근 방법이 다른 투자자와 두 가지 면에서 상이하다고 말한다. 다른 투자자들은 과거의 투자 수익률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므로 과거에 유사한 일이 발생했던 기간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둘째, 그들은 자신이 설명한 빅 사이클의 관점으로 수익률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190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오스트리아 등 세계 10대 강국의 투자 수익률을 분석해서 자신이 제시한 빅사이클 투자 원칙의 유효성을 입증한다.
빅 사이클로 본 미국의 부상과 쇠퇴, 그리고 중국의 부상
이 책의 <제2부 - 지난 500년간 세상의 작동 원리>에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포함해서 지난 500년간 기축통화 제국들이 겪었던 빅 사이클의 과정이 깊이 있게 다뤄진다. 저자는 세계 최고의 제국인 미국의 위상이 오늘날 전 세계와 깊은 연관이 있기에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상세하게 미국의 빅사이클을 분석한다. 이는 미국의 빅사이클이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지위 그리고 경제통화 정책의 영향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빅사이클의 세부 단계를 ①새로운 질서가 시작되고 새로운 지도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단계 ②자원분배 체계와 정부의 관료 제도가 수립되고 치밀해지는 단계 ③평화와 번영의 시기 ④과잉의 시대 ⑤재정 악화와 갈등의 심화 ⑥내전 상태의 여섯 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의 사회 경제적 특징을 이 책의 5장에서 상술하고 있다. 그러한 단계 설정에 근거해, 1800년대부터 2020년까지 미국 빅사이클을 분석한 결과 현재 미국은 빅사이클의 6단계에서 대략 70%의 위치에 도달한 상태라 진단하고 있다. 즉 미국은 아직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는 6단계의 내전과 혁명으로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현재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부채 부담이 크고 앞으로 10년 동안의 실질 성장률이 연간 1.1%라는 비교적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경제·금융 사이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중국은 약 1840년부터 1950년까지 급격한 쇠퇴를 겪었지만 이 기간을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으로 손꼽혔다. 중국은 내전에서 벗어나면서 처음에는 서서히 그 후 매우 빠르게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중국은 미국에 이어 제2의 강국이 되었으며 점차 미국을 넘어설 기세이다. 특히 지난 40년을 되돌아보면 중국은 고립주의에서 개방주의로, 강경 공산주의에서 시장 개혁과 자본주의로 방향을 틀었다. 이러한 전환은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자는 중국은 부채 부담이 적고 앞으로 10년 동안의 실질 성장률이 연간 4.3%라는 비교적 높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경제 금융 사이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진단한다. 결론적으로 현대 중국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 조건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개선되었고, 강력한 제국을 만드는 요인도 확실히 상승해 이 모든 면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주요 강대국이 되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앞으로의 10년
저자는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거나 판도를 뒤집어 놓을 만한 결정적 게임체인저가 등장하지 않는 한 미래 예측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동안 수행한 연구와 50여 년간의 투자 경험에서 자신이 도출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진화가 빚어내는 상승세에 베팅하되 그 과정에서 맞닥뜨릴 사이클과 충돌해 무너질 정도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베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이어질 가장 중요한 역학 관계는 단기부채 및 통화경제 사이클, 내부정치 사이클,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고조와 상호 의존도 감소를 꼽을 수 있다. 최근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된 부양 정책의 규모가 엄청나고, 주요 경제의 부진한 실적이 비교적 제한적이며, 현재 거품의 징후가 보통에서 현저히 강해졌고 시장과 경제의 금리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이어서 다음 번 경기 침체는 이례적으로 더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즉시 중앙은행의 정책이 또다시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펴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라 경기침체의 충격은 그리 우려스럽지 않지만 과도한 통화 발행과 통화가치 훼손 특히, 달러·유로·엔화로 표시된 채권과 현금은 대단히 우려스럽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결론)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대처하는 원칙
저자는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 자신이 제시한 지표들을 사용하거나 통계 세계 10대 강대국의 현 상황과 미래 전망에 대한 분석 자료를 참고해 ①관심 있는 다른 국가들과 자국의 건전성을 측정하고 ②각국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 개선되고 있는지 아니면 악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③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자 결정 요인을 바꿔보라고 제안한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통찰로 점철된 레이 달리오의 원칙은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어 다음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실천적 투자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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