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인간의 창조 행위는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섞는 것이다. 섞어서 다름을 만들되 반드시 공감할 수 있게 만들면 어느 분야에서건 성공할 수 있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 브랜드보이를 이끄는 안성은의 <믹스>는 섞어서 성공한 수많은 사례를 제시해서, 포화의 시대에 섞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공 전략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다윗과 골리앗을 섞어라 : 언더독 애플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거인과 싸우는 법을 알려주는 고전이다. 다윗은 이스라엘을 사울 왕으로부터 투구와 갑옷을 하사 받았으나 자신에게 익숙한 물매와 돌 다섯 개로 골리앗을 상대해 승리했다. 만약 다윗이 사울왕이 제공한 무기로 싸우려 했다면 결과는 패했을 것이다. 브랜딩도 마찬가지이다. 골리앗과 같은 거대 브랜드와 상대할 때 필요한 무기는 골리앗의 창이 아니라 '다윗의 물맷돌'이다. 즉 '나음'보다 '다름'으로 싸워야 한다. 그런데도 대부분 브랜드는 거꾸로 한다. 1등을 흉내 낸다. 1등과 엇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우리 제품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골리앗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이 시대의 대표 다윗 중 하나인 애플은 '믹스'를 사용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다윗으로 포지셔닝하고 골리앗의 무기가 아닌 자신의 강점으로 싸워 골리앗을 제압하였다. 애플은 언제나 다윗과 골리앗 프레임을 설정했다. 애플이 상대하는 골리앗은 시대에 따라서 달라졌다. 초기에는 IBM이었다. 애플은 빅브라더 IBM을 향해서 쇠망치를 던지는 저 유명한 '1984 광고'에서 슈퍼컴퓨터의 제왕 IBM을 개인 컴퓨터 시대의 도래를 저지하는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고 공격했다. 그다음 골리앗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애플은 'Mac'이라는 이름을 가진 상큼한 청년이 'PC'라는 이름의 꼰대 아저씨를 조롱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애플은 성능과 안전성 그리고 '멋'에서 뒤처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이제 애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기업 즉, 골리앗이 되었다. 그들이 공격할 더 큰 골리앗이 보이지 않자, 애플은 방향을 선회해 자신들을 '언더독'으로 포지셔닝했다. 언더독은 약자를 지칭한다. 애플은 능력자가 아닌 어딘가 2% 부족한 언더독 캐릭터를 광고에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2020년 언더독스 광고는 오합지졸 직원들이 애플 기기를 사용해서 드림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결과, 언더독 애플은 여전히 기득권이 아닌 도전자의 아우라를 내뿜게 되었으며 현재에도 다윗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상식과 비상식을 섞어라 : 정육점의 탈을 쓴 러쉬의 화장품 판매장
모두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에 딴지를 걸면 어느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이전까지, 높이 뛰기 선수들은 정면을 보면서 점프를 하는 게 상식이었다. 미국 육상 대표팀의 선수 딕 포스베리도 처음에는 이 상식에 따라 연습을 하다가 '꼭 이 방식으로 점프를 하는 것이 답일까?'라는 불경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급기야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바를 등지고 도약해 우승하였다.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모든 높이뛰기 선수들이 그를 따라서 바를 등지고 점프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스베리는 새로운 상식이 되었으며 그가 시전 한 기술은 그의 이름을 따 '포스베리 플로브'로 명명되었다. 영원 불변한 상식은 없다. 상식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섞는 것이다. 상식과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를 섞어 비상식을 만들어내는 차별화의 힘은 임팩트가 매우 크다.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인 러시의 매장은 정육점을 모티브로 설계되었다.
비누를 자르는 거대한 칼, 무게를 재는 저울, 제품의 특징을 손글씨로, 철판까지 모두 정육점에서 가져왔다. 러시의 슬로건은 '신선한 핸드메이드 화장품'이다. 러시가 정육점 같은 매장을 만드는 이유는 살아 숨 쉬는 제품을 부각하는데 정육점 만한 장소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화장품 판매장은 규격화되어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매장을 정육점과 섞은 러쉬의 비상식적 사례는 다른 화장품 브랜드를 전부 가짜로 보이게끔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냄으로써 성공을 거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분함과 즐거움을 섞어라 : 곰표 밀가루의 대란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따분한 사업을 하는 회사를 선호했다. 캔과 병뚜껑을 만드는 '크라운코크앤실', 식품점에서 사용된 쿠폰을 처리하는 '7옥스인터네셔널' 등처럼 피터 린치는 따분한 사업을 하는 따분한 이름의 회사 주식을 선호하였다. 이들 회사는 알짜 사업으로 무지막지한 돈을 벌고 있었다. 피터린치는 이 회사들이 단지 섹시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월스트리트의 외면을 받을 때 주식을 사서 큰 이익을 남겼습니다. 피터린치가 간파한 것처럼 따분한 분야는 기회의 땅이자 미개척지이다. 따분함으로 가득 찬 영역에 즐거움 몇 스푼을 섞으면 경쟁사들을 훌쩍 뛰어넘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이 방식의 효과를 증명한 대표적인 브랜드가 한국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이다. 곰표는 늘 무색무취의 브랜드였다. 곰표 밀가루가 좋아서 구매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그냥 마트에 있으니까 산 것이다. 알짜이지만 따분한 브랜드였다. 그러던 중에 2018년에 진행한 설문조사가 사측의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2030 세대의 소비자 중 단 20%만 밀가루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로 곰표를 꼽은 것이다. 회사는 따분한 브랜드 곰표가 MZ 세대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게 하려면 '즐거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사람들이 곰표를 먹고 마시고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곰표 밀맥주, 곰표 팝콘, 곰표 나초, 곰표 치약, 곰표 막걸리 등 밀가루처럼 하얗고 깨끗한 제품 20여 종을 3년 동안 꾸준히 출시했다. 그 결과 대중이 곰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신기함에서 익숙함과 즐거움으로 변해갔으며, 브랜드 외연이 넓어져서 MZ세대들에게 '곰표 놀이공원으로 인식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모범생과 날라리를 섞어라!
테슬라, 버진, 애플, 파타고니아. 요즘 전 세계적으로 핫한 이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잘 노는 리더가 전면에 나서서 직접 브랜드를 홍보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치어리더 CEO의 등장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대표적인 치어리더 CEO이다. 그의 소통 창구는 9천만 명 이상이 팔로우하는 트위터 계정이다. 그는 이 계정을 테슬라 발 뉴스를 시시각각 알리는 홍보 채널로 활용한다. 또한 경영자로서는 흔치 않은 비주얼 덕분에 잡지 <롤링스톤>의 표지 모델로 등장하고, 영화 아이언맨의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리처드 브랜슨은 버진콜라의 출시를 알리기 위해 탱크를 몰고 뉴욕타임스 스퀘어로 돌진했으며, 웨딩업체 버진 드라이브를 시작했을 때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기자들 앞에 등장했다. 이 외에도 많은 글로벌 기업 CEO들이 브랜드의 얼굴로 나서는 이유는 그 자체가 '진짜' 브랜딩이기 때문이다. 가짜처럼 느껴지는 광고가 아닌 브랜드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으로 CEO만 한 적임자가 없다. 이것이 잘 노는 CEO들 이른바, 치어리더 CEO들의 출연 배경이다. 기업만이 아니라 정치에도 소위 '날라리 정치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정치인에게 지성미란 응당 갖추어야 할 기본 옵션일 뿐이다. 인간적인 매력을 겸비해야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려면 모범생과 날라리의 믹스만 한 게 없다. 존 에프 케네디는 미국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날라리 정치인이다. 우아한 외모, 185cm의 키와 79킬로그램이라는 타고난 옷걸이에, 허리선이 살짝 들어간 투버튼 재킷, 주름이 없는 노턱 팬츠, 폭이 좁은 넥타이 등 이른바 '케네디 스타일'을 장착해 미국의 젊은 우상이 되었다. 버락 오바마는 제법 놀 줄 아는 날라리 리더였다. 최신 유행하는 춤을 섭렵하고, 공원을 산책하며 시민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백악관의 농구코트에서 3점 슛을 성공시키는 등 그는 여느 정치인과 달랐다. 앞의 예처럼 잘 나가는 기업인이나 정치가는 모범생과 날라리의 특성을 균형 있게 겸비한 사람들이다.
결론) 믹스 : 포지셔닝의 사다리를 만드는 최고의 방법
믹스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듣도 보도 못한 사다리를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다. 스티브 잡스, 버락 오바마 등 이 책에 소개된 세계 최고의 히트 메이커들은 모두 섞어서 자신만의 사다리를 만들었다. 한마디로 이들은 포지셔닝의 귀재이자 믹스의 천재들이다. 이 책은 앞서 소개한 내용 외에 올드와 뉴를 섞어라, 필수품과 사치품을 섞어라, 뜨거움과 차가움을 섞어라, 익숙함과 낯설을 섞어라, 아이와 어른을 섞어라 등 모두 19가지 섞기 방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면서 섞기가 곧 차별화와 창의성의 근간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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