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자타공인 세계적 대가로 알려져 있는 제임스 보그의 <설득의 디테일>은 여러 분야에 걸쳐 축적한 노하우를 토대로 자기주장을 설득력 있게 내세우는 방법과 타인을 효과적으로 읽어내는 현실적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이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설득력이란 당신이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사람 그 자체라는 점 즉 자신을 아는 게 설득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 기술 : 설득의 세 가지 요소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은 설득에 관한 이론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설득이란 A지점이라는 시작점에서 목표인 B지점으로 청중을 이끄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A 지점에 있는 상대방 혹은 청중은 당신의 아이디어나 제안에 무관심할뿐더러 반감까지 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신이 내세우는 견해를 이해시켜야 하고, 더 중요하게는 신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이지만 정작 중요한 핵심은 따로 있다. 설득의 유일한 목표는 청중을 B지점으로 데려가는 것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 이 세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이다. 에토스는 연사의 성격과 결부되는 요소로서 인격과 평판의 기준이 되는 신뢰성을 뜻한다. 파토스는 청중이 느끼는 감정과 관련된 요소로서 공감의 기반이 되는 감정을 의미한다. 로고스는 연사가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와 관련된 것으로서 언어 사용 능력의 기반인 논리성을 지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 가지 중 로고스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으며 나머지 둘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겼다. 이에 비해 오늘날은 에토스가 1순위이며, 파토스와 로고스가 그 뒤를 따른다. 하지만 논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결정 이후 논리성을 검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감성 지능이라는 개념이 설득의 핵심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저자는 공감과 진심이라는 핵심 가치가 결여된 설득의 기술은 배우고 익혀봐야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경청'을 인간관계의 핵심 요소이자 성공적 관계를 위해 통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로 언급한다.
경청 : 들리는 것(Hearing)과 듣는 것(Listening)
사람들은 대부분 듣기보다 말하기를 선호한다. 타인을 설득하려면 듣기의 기술에 통달해야 한다. 경청은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에서 의미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이를 간과하면 잘 듣는 게 아니라, 들리는 대로 놔두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들리는 것(Hearing)과 듣는 것(Listening)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해서 일상적으로 상당한 혼란과 의견 충돌을 겪는다. 들리는 것은 귀를 통해 들어온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감각적 활동이다. 듣는 것은 이와는 다릅니다. 해석과 이해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즉 들려오는 내용에서 의미를 끄집어내는 심리적 활동이 포함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이 있다. 바로 말하는 속도보다 생각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분당 120개에서 150개의 단어를 말하고 분당 600개에서 800개의 단어를 생각한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상대방이 말하는 것보다 네다섯 배 가량 빠르게 생각할 수 있기에 잘 듣고 있다가도 어느새 샛길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유념해 ① 상대방의 말을 끊고 끼어들지 말 것 ② 상대방의 말을 당신이 완성하지 말 것 ③ 상대방의 말을 가로채지 말 것 ④ 성급히 충고를 내뱉지 말 것 ⑤ 상대의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해 보기를 경청의 기술로 제시한다.
기억 : 관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기억력이 나쁘면 대인관계, 수입, 건강 등 삶의 모든 요소가 위협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 기억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기억은 곧 관심이다. 사람들은 "얼굴은 알겠는데,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아"라는 말을 자주 한다. 기억해내기보다는 알아보는 일이 더 능숙한 까닭에 얼굴을 알아도 이름은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누군가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것은 그 사람의 자존심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실제로 이름을 잊어버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잊어버리는 이유는 당신이 상대의 이름을 제대로 듣고 저장할 만큼 관심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의 이름과 개인적 사항들을 기억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상대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적절한 방법이다. 저자는 기억력 연구자들이 제시한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의 핵심 특징을 소개하면서 기억력을 향상하는 실질적 방법을 현실적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기억력을 향상하면 공사를 막론하고 모든 관계에서 갈등과 오해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설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간관계도 구축할 수 있다.
언어 : 언어의 미묘한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인간은 감지하고 해석한 뒤 느낀다. 그래서 해석을 바꾸는 방법으로 느낌을 통제할 수 있다. 평소 듣거나 읽는 내용에서 단어가 잘못 쓰이는 바람에 오해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그런 뜻이 아니잖아."라는 말을 무수히 많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바탕으로 짐작하고, 그 타당성은 검증하지도 않은 채 먼저 반응부터 한다. 대표적으로 "왜?"라는 질문은 적대적이고 비난과 평가가 전제되어 있으며 감정적인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많다. 그래서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 "왜 그 길로 갔어? 더 빠른 길을 두고" 라는 표현에서 '왜'라는 의문사는 비난으로 들리기도 한다. 비판과 충고를 받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지 못한다. 따라서 '왜'라는 단어를 피하고 "다른 길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질문을 하는 게 상대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그와 함께 '당신', '안타깝지만', '이런 말을 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불행히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지만', '동의할 수 없는 건' 같은 표현도 상황을 부정적으로 만들기에 피해야 한다고 상세하게 설명한다.
난관 : 불편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회사를 이직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가 불편한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직해도 불편한 상사나 동료를 만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불편한 사람들과의 불화를 유발하는 두 가지 요인은 '기대'와 '경계'의 문제이다. 누군가에게 기대를 품고 있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그 결과 마찰과 불화가 생긴다.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었다가 실망감에 빠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 기대를 제공하는 당사자와 직접 해결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상사나 동료가 경계를 지키지 않아서 곤란에 처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만이 아니라 본인도 역시 곤란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누구도 그런 상황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저자는 곤란을 유발하는 인물 유형을 관망형, 폭발형, 고지식형, 자기중심형, 사기꾼형, 적대형, 찬물형, 외향형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에 대처하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유형 : MBTI에 따라 달라지는 관계의 기술
성격은 그 사람의 태도나 인식, 믿음을 규정한다. 따라서 상대가 어떤 유형인지 알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소통에 활용할 수 있다. 심리학자 칼 융의 가장 큰 업적은 내향과 외향의 개념을 적립한 것이다. 그는 심리적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하느냐에 따라 내향과 외향을 구분했다. 내향적인 태도는 에너지원이 자신 안에 존재한다. 이들은 외부의 원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행동보다는 성찰을 중요시하며 진이 빠지는 상호작용보다 무언가에 홀로 집중하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행동하기 전 신중하게 고민하고 계획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외향적 태도는 외부 세계의 사람들과 물질적인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상을 살다 보면 늘 열린 태도로 친근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사람 대부분이 외향형이다. 내향형과 외향형의 특징은 상반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그중 한 가지가 우세하게 나타나는 것뿐이다. 저자는 외향형과 내향형의 장단점을 자세하게 비교하고 분석해서 자신과 다른 유형의 상대를 대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대인관계 전략을 세우는 데 요긴한 정보를 제공한다.
결론) 설득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이 책은 경청, 집중, 몸짓, 기억, 언어, 전화, 협상, 난관, 유형이라는 9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장 효과적인 설득의 기술을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생생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설득은 논리로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진심과 공감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신뢰를 얻는 일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게 저자가 전하는 궁극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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