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변곡점은 기업, 인생 모두에게 찾아온다.
책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의 저자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결정적인 시기를 '전략적 변곡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순간이 어떻게 찾아오는지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어떤 조짐이 어렴풋이 느껴진다면 반드시 그 느낌에 편집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어야만 전략적 변곡점이 만들어내는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올 수 있으며,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고 자신이 인텔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매우 생생하게 설명한다. 특히 기술 발전 속도가 빛의 속도인 현재 경쟁의 역학 구도를 바뀌게 할 사소한 징조를 제대로 감지하려면 그것이 신호인지 단순한 잡음인지를 구분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은제 탄환' 테스트를 소개한다. 만약 '권총의 총알이 딱 한 발 남아 있다면, 수많은 경쟁자 중에 누구에게 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이 질문을 팀에 던졌을 때 답이 제각각이거나, 기존 경쟁자가 아닌 전혀 새로운 기업이 등장한다면 이는 시장에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므로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그는 카산드라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트로이 멸망을 내다보았던 예언자 카산드라와 같이 변화를 가장 빠르게 인식하고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말에 경청하라는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변방의 사람들이므로 특히 경영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간과할 가능성이 크니 주의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전략적 변곡점이란 개념을 개인의 커리어에도 적용해서 설명한다. 모든 직장인은 내 커리어를 내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기업을 경영하듯이 커리어를 경영하는 마인드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경영자가 시장 환경 변화에 늘 촉수를 곤두세워야 하는 것처럼 개인도 자신이 속한 산업의 성격이 앞으로 2~3년 내에 어떻게 될 것인지, 이 변화 속에서 내가 갈고닦아야 할 스킬이 무엇인지, 또 누구를 롤 모델로 삼아야 할지, 현재 다니는 회사는 산업에 성공할 경쟁력을 갖춘 곳인지를 질문하고 그에 답을 하며 나아가야 한다.
전략적 변곡점이란?
저자는 인텔의 직원으로, 임원으로 그리고 경영자로 온갖 것을 염려하며 일했지만 '전략적 변곡점'에 대한 걱정에 비하면 이런 걱정들은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변곡점이란 글자 그대로 곡선의 방향이 오목에서 볼록으로 혹은 볼록에서 오목으로 변하는 바로 그 지점이다. 전략적 변곡점이란 어떤 사업에서 근본적인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며 기존의 전략이 새로운 전략으로 대체되는 시점이다. 그 변화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최후를 알리는 전조일 수도 있다. 전략적 변곡점은 은밀하게 생겨나기에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내기 힘들며,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뿐이라 충분히 제대로 대처하기는 매우 어렵다. 어느 정도냐면 지도에 없는 땅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만큼 두렵고 어려운 것이다.
인텔의 전략적 변곡점에서 얻은 깨달음
1980년 중반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기세가 너무 강력해서 인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적자를 거듭했다. 이때 인텔은 주력 제품이었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신속하게 포기하고, 마이크로 프로세서로 사업을 전환시켜 회사를 극적으로 회생시켰다. 이것이 인텔의 첫 번째 전략적 변곡점이다. 그때 개척한 마이크로 프로세서 분야는 인텔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1986년에서 1994년까지 인텔 연평균 성장률은 31.3%였으니 가히 짐작이 갈만하다. 그런데 1994년 2만 7천 년마다 한 번씩 겪는 '부동 소수점' 오류가 성공 가도의 인텔을 무너뜨릴 뻔했다. 당시 CNN이 펜티엄 프로세스의 부동 소수점 결함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를 폭로한 것이다. 언론이 일으키는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저자는 가혹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빗발치는 리콜 요구, 언론의 비난, 직원들의 동요 등 엄청난 파장을 겪으며 결과적으로 인텔은 4억 7천500만 달러라는 큰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는 1년 치 연구개발비 혹은 5년 치 펜티엄 프로세서 광고비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비용을 기회비용으로 삼아서 인텔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이런 사태들을 극복하면서 저자는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6가지 힘 즉, 전략적 변곡점을 초래하는 요인 6가지를 명확하게 정의하게 된다. 바로 기존 경쟁자, 공급자, 고객, 잠재 경쟁자, 대체제, 그리고 보완자의 힘이다. 이 중 대체제와 보완자의 힘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대체제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방식으로 만들거나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한때는 철도가 운송 수단의 갑이었다. 그런데 도로 인프라가 조밀하게 조성되고 항공 운송이 활발해지면서 철도를 대체하게 되었다. 컨테이너 선적이 전통적 항만 시설을 대체하였다. 이러한 대체는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초래했다. 보완자란 다른 것과 결합해 더 나은 성능을 내도록 하는 제품이나 그것이 있어야만 다른 것이 작동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이다. 자동차를 아무리 만들어도 가솔린이 없으면 안 되고, 컴퓨터를 아무리 생산해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안 된다. 그래서 보완자를 동반자라고도 한다. 즉 각자의 제품이 서로를 돕는 것이다. 이 6가지 힘 중 무엇이든 슈퍼파워가 될 수 있는데, 그것을 저자는 '10배의 변화' 혹은 '10배의 힘'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10배의 힘'이 어떤 기업에게는 전략적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힘은 단순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근본적으로 산업의 방향을 바꿔버린다. 즉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방식이 작동을 멈추게 된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서 경영자는 정신을 차리고 죽음의 계곡 같은 그곳을 빠져나와서 새로운 세계로 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내야 하며, 그것이 바로 경영자가 있는 이유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커리어의 변곡점을 준비하고 나아가라
우리 모두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을 경영해야 한다. 기업 경영인이 전략적 변곡점에 대처하는 것과 개인의 그것은 결국 비슷하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늘 경계를 늦추지 않는 태도이다. 이를 위해 그는 먼저 '정신적 불 끄기 훈련'을 하라라고 조언한다. 화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듯 직업을 잃을 수도 있는 일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경보 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트렌드의 변화를 읽어내면서 변곡점이 생길 만한 조짐을 감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과정을 설정하고, 그에 답변을 하고 재검토함으로써 변화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연마해야 한다. 기업 경영인에게 타이밍이 중요하듯, 개인에게 닥쳐온 커리어 변곡점에서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르는 것 역시 '타이밍'이다. 특히, 현재 커리어에 만족스러울 때일수록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리스크가 적고 최고의 기회를 찾아낼 가능성도 크다. 즉, 여유가 있을 때 다음 스텝을 위해 미리 여러 가지를 시도하라는 말이다. 평생 직업,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역사 속으로 이미 사라졌다. 그러니 어딘가 안주하려는 생각은 버리고,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맞닥뜨릴 수 있는 몸과 마음을 평소에 만들어둬야 한다. 특히 커리어의 변화를 준비하도록 뇌를 훈련시켜야 한다. 또한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질문들을 만들어 답을 찾아나간다면 입체적인 근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커리어 변곡점이 왔다고 판단이 되면 뒤돌아보지 말고 새로운 세계로 나가라고 일러준다. 뒤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오직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데 집중하고 거기서 활발히 활동하는 데 필요한 스킬을 배우고 성과를 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땅은 그 모든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미래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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