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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탄소 중립 솔루션 가능하다! - 책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리뷰

by 노후니 2023. 2. 25.

&lt;빌 게이츠&#44;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gt; 책 표지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지음

책 핵심 주제 : 기술 혁신으로 이뤄내는 탄소 중립(제로 탄소)

이 책은 "기술 혁신을 통해 2050년까지 510을 0으로 만들어야만 지구가 소생하고 또 인류가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실용적 환경주의자 빌게이츠의 연구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서 510이란 지구인이 매년 대기권에 배출하는 약 510억 톤의 온실가스 양이다. 그것을 그저 조금 낮추는 줄이는 수준으로는 결코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없기에 반드시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지구의 모든 나라가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만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넉넉해질수록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클수록 넉넉해지고, 더욱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더욱더 부자가 되려 한다. 그 반대로 에너지 접근권이 제한된 빈곤층들은 더욱더 빈곤해질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래서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에너지 공급은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지구는 먼저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온실가스로 인해서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문제는 이를 저지른 건 부자인데,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가난한 자들이 입고 있어서 빈곤 문제 해결은 더욱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선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저렴한 전기에 대해 고민하다가 기후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어 약 20년을 투자하고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왜 0이 되어야 할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보는 근거는 무엇이며, 기후 변화와 관련된 통계를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마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각국 정부들, 자기 기업의 이익이 최우선인 기업들이 과연 하나가 되어 제로 탄소를 향하도록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데 저자가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0이 되게 하기 위해 우리 앞에 놓인 도전 과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과학기술 전문가이자 비즈니스 맨이며 자선가인 저자는 독자가 어렵지 않게 읽어나가면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한 사례 통계에 자료,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기술 혁신 등을 통해서 이 질문들에 대하여 답하고 있다.

 

제로 탄소는 반드시 이뤄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혁신 기술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런 기술을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적어도 왜 제로 탄소(탄소 중립)를 이루어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만큼은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이에 대해 먼저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온실가스에는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있다. 이 온실가스는 열을 가두어 지구 표면의 온도를 높인다. 질소나 산소는 동일한 원자 2개로 구성된 분자라면, 이산화탄소나 메타는 서로 다른 원자로 구성된 분자인데 이런 분자들은 태양의 복사선을 흡수하고 열을 발산하게 된다. 그래서 온실가스가 많을수록 온도는 더 많이 올라간다. 그뿐만 아니라 배출된 온실가스는 아주 오랫동안 대기권에 머물게 된다. 어느 정도냐면 현재 배출된 온실가스 중 5분의 1은 1만 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대기권에 남는다고 한다. 대량으로 화석 연료를 태우기 시작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8세기 중반 이전까지 지구의 탄소 순환은 대체로 균형을 유지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배출이 되어도 지구의 식물들이 그것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었다.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서이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그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소 순환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축적된 온실가스는 지구의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섭씨 1도 정도 올려놓았고, 어떤 지역들은 벌써 섭씨 2도 이상 오르고 있다. 섭씨 1~2도 오른 게 뭐 그리 큰 문제일까 싶겠지만 지구 차원에서는 매우 큰 문제이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 때 지구의 온도는 지금보다 겨우 섭씨 6도 낮았고,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의 평균 온도는 지금보다 섭씨 4도 높았다. 그때 북극권에는 악어가 살았다고 한다. 즉 북극은 열대 지역이었다. 그러니 지구 온도가 섭씨 1도, 2도 높아진 것은 지구 생태계가 크게 교란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폭염과 혹한이 반드시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기후 변화가 폭염이나 혹한을 증가시켰다고는 볼 수 있다. 지구 평균 온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바닷물의 온도도 높아졌다는 말이고 이는 강한 폭풍의 발생 빈도를 높일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아무리 강한 허리케인도 며칠이면 사라지겠지만, 그것이 쓸고 간 지역이 다시 재건되려면 엄청난 시간과 재원이 필요하며 그때까지 사람들은 고통을 받아야 한다. 이상고온은 자연적인 산불 빈도뿐만 아니라 강도까지 높인다. 또 이상고온은 극지의 빙하를 녹이고 바닷물을 팽창시켜서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그러면 해변가가 위험해질 수도 있고, 침수로 인해 농작물과 집이 물에 잠겨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섭씨 2도가 올라갈 때마다 척추동물의 서식 범위가 8%, 식물 서식 범위가 16%, 곤충 서식 범위가 18% 줄어든다는 연구 발표도 있었다. 그러면 현재 우리가 하는 모든 경제 행위와 생산 행위를 모두 멈춰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현재보다 훨씬 더 빠르게 기술 혁신이 일어나야만 한다. 제로탄소를 구현한다는 말은 단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배출된 탄소를 족족 다 제거하는 기술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마치 욕조에 물이 넘치지 않게 하려면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 이상으로 배수가 잘 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석유보다 더 싼 에너지를 만들어내라!

탄소 배출의 주범은 화석 연료이다. 그런데, 지구인에게 화석 연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너무 싸고 쓸모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석유 1갤런은 대략 1달러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탄산음료는 1갤런에 2.85 달러이다. 어떻게 석유는 이렇게 저렴한 것일까? 바로 기술 혁신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탄소 문제도 기술 혁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저자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한편 우리는 이미 깨끗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다. 태양 에너지, 풍력 에너지, 지열 에너지 등이다. 다만 현재는 석유보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무탄소 에너지원을 석유보다 더 싸게, 더 안전하게, 더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 혁신에 집중해야 하며, 그렇게 할 때 제로 탄소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빌 게이츠는 매우 확신에 찬 주장을 하고 있다.

 

탄소 중립의 구원 투수, New 원자력 발전!

'탈원전'이라는 이슈에 많은 찬반 의견이 있다.그런데 과연 탈원전은 옳은 일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태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당연히 탈원전이 옳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자력 에너지만큼 깨끗한 에너지는 없으며, 원자력만큼 저렴하면서도 탈 탄소화를 이루어낼 에너지도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원자력 에너지란 구시대적인 기술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2018년 MIT 연구진은 미국에서 제로탄소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 거의 천 개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분석했는데, 그중 가장 싼 방법들은 모두 깨끗하면서도 언제나 작동 가능한 에너지원 즉, 원자력을 활용한 방법이었다. 비교의 예로 청정에너지의 대표 격인 태양광 발전소와 풍력 발전소는 원자력 발전소보다 더 많은 땅을 필요로 한다. 거기다 원자력 발전소는 운영 시간의 90% 동안 전기를 생산하는 반면에, 다른 두 발전소는 25~30%의 시간 동안에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항상 해가 떠 있는 게 아니고, 바람이 세게 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연구 중인 차세대 원자로가 실제로 적용이 된다면 원자력 발전은 인류를 구원할 것이란 예측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거었다. 이 원자로는 다른 핵 시설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연료로 가동된다. 어떤 다른 발전소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의 폐기물을 만들어내며 이 또한 재이용할 수 있다. 기존 원자력 발전의 큰 문제 중 하나인 폐기물에 대한 해법이 확실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완전 자동화로 인간의 실수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지하에 지을 수 있어서 외부의 공격이나 침입으로부터 자유로우며, 핵반응을 통제하기 위한 기술이 도입되어 있어서 근본적으로 안전하다. 예를 들면, 원자로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핵반응 속도를 늦출 수 있어서 원자로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수년 내에 이 원자로의 시제품이 제작되고 그 실효성이 검증된다면 원자력 발전소는 탈탄소의 멋진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획기적인 원자력 발전소가 성공하고, 비행기나 컨테이너선에도 쓸 수 있는 소형 수소 전지가 개발되고, 배양육이나 식물성 고기가 인간의 미각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게 되어 동물 사육을 할 필요가 없게 되고, 어떤 화석 연료보다 저렴하고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게 되어 산소 없이도 강철을 고강도의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게 되고, 또 냉난방이 가능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즉 기술 혁신이 탈탄소에 집중되어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더워진 지구는 서서히 식어가며 정상적인 탄소 순환을 회복할 것이고, 깨끗하고 저렴한 전기와 기술은 지구촌의 빈곤 퇴치에도 대단한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데 드는 시간이 매우 짧아야만 한다는 심각한 제한점이 있다. 우리는 얼마나 빠르게 제로탄소를 이루어내야 할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부자 나라들이 2050년까지 순 제로 탄소를 이루어내야만 한다고 얘기한다. 이를 위해서 더 이상 석탄화력발전소나 가스화력발전소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오직 제로탄소 전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데 올인하면서 화석 연료에 의존적인 지역을 포함해 자동차부터 열펌프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전기화하는 전략을 선택해야만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생물학, 화학, 물리학, 정치학, 경제학, 공학 등 많은 전문 분야가 필요하며 이들 안에 매우 다양하고 다각적인 통섭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과학과 공학, 정치와 경제가 결코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정부는 청정 에너지 및 기후변화 관련 연구 개발에 최우선으로 투자를 해야 하며 확실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연구가 지속되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연구는 기업과 협업 관계를 구축해 시제품이 시장에 빠르게 나와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수백 수천 가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며, 가장 시장성이 우수한 제품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개개인은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고용주 혹은 직장인으로서 제로탄소 구현을 위해 할 수 있는 실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꾸준히 실행해야 할 것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며 매우 시급한 일이지만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지구 살리기'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누구도 무관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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