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과학자처럼 다시 생각하고, 의심하라! - 책 <Think Again> 리뷰

by 노후니 2023. 2. 26.

&lt;Think Again&gt; 책 표지
<Think Again>, 애덤 그랜트 지음

과학자처럼 생각하기의 필요성

우리는 대상이 물건일 때는 열정을 다해 업데이트를 한다. 트렌드를 바꾸고 옷을 바꾸고 주방 구조나 인테리어도 바꾼다. 그런데 그 대상이 지식 혹은 견해일 때는 기존 것을 고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왜 그럴까? 심리학자 필립 테틀록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할 때 전혀 다른 직업인 세 사람처럼 생각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바로 전도사, 검사, 정치인의 사고방식이다. 자신이 성스럽게 여기는 믿음을 누군가 흔들려고 할 때 그것을 보호하고 드높이기 위해 전도사가 되어 설교를 한다. 그러다 다른 사람의 논리에 오류라도 발견되면 갑자기 검사로 돌변하여 상대는 틀렸고 자신은 옳다고 입증하는데 핏대를 올린다. 한편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판단이 되면 이번에는 정치인으로 돌변해 정치인들이 언론 플레이를 하거나 로비를 하듯 정치질을 한다. 문제는 자신이 옳다고 설교하거나, 상대가 틀렸다고 조목조목 따지거나, 다른 사람의 지지를 얻으려고 정치 공작을 하느라 '자신의 생각' 속에 갇혀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갇힌 사람이 아닌 '열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바로 과학자처럼 생각하기, 다시 말해 '다시 생각하기(Think Again)'을 통해서 가능하다. 과학자에게 다시 생각하기는 필수이다. 과학자는 자신이 이해하는 범위의 한계를 끊임없이 인식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자신이 아는 것을 당연히 의심해야 하고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에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할 때면 그것을 근거로 자신의 기존 견해를 계속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이처럼 과학자가 늘 해야 하는 '다시 생각하기'가 우리 마음가짐의 틀이 된다면 우리에게 놀라운 변화와 발전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증거로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의 목표는 '다시 생각하기'가 일어나는 방식에 대한 탐구이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숙련된 다시 생각하기 기술의 보유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덕분에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다시 생각하기를 멈추자 덫에 걸리고 만 기업인, 다시 생각하기를 통해 자신의 가면 증후군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한 대통령 후보를 볼 수 있으며,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자신이 틀린 것을 알았을 때 기뻐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한편 다른 사람에게 다시 생각하기를 유도함으로 청중을 설득하고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설득하며, 백에 대한 불신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저자는 낙태, 기후 변화와 같이 양극단의 논리가 치열하게 다투는 쟁점 앞에서 다시 생각하기를 통해 일어나는 놀라운 소통,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다시 생각하게 유도할 때 일어나는 학습의 진보, 다시 생각하기를 통해 성과 중심의 문화 일터가 학습 중심의 일터로 바뀌었을 때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 등을 소개한다.

 

다시 생각하기의 힘 : 개인을 바꾸다.

아이슬란드 사람 할라 토마스도티르는 한 친구로부터 대통령 출마를 권유받았을 때, '대체 내가 뭐라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라는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그녀는 한 대학교 설립을 도왔고, 어떤 투자 회사를 공동으로 창업했으며, 2008년 금융위기 때 지도력을 발휘해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렇다고 자신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기에 그 권유를 받았을 때 마치 가면을 쓴 사기꾼이 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 여러 달 동안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녀가 상당한 수완과 자질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격려했지만 그녀 자신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을 권하는 주변의 소리가 계속되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고 한다. '나라고 못할 게 뭐가 있어?'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후보로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당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선거 한 달 반 전, 지지율이 1%밖에 되지 않는 정치 신인이었고 더군다나 무소속이었다. 하지만 텔레비전 토론을 하면서 지지율은 가파르게 올랐갔다. 마침내 가장 강력한 후보 4명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고, 비록 지지율 2위로 대통령은 못 되었으나 만약 유세 기간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대통령 당선도 가능했을 거라는 게 중론이었다고 한다. 할라처럼 가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쉽게 자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 이것이 부정적으로 발동할 때는 과도한 의심으로 인해 자신을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라고 못할 게 뭐가 있어?'라고 생각한 이후, 할라의 가면 증후군은 매우 긍정적으로 다시 생각하기를 만들어내는 원천이 되었다. 통상적인 언론 보도에 별생각 없이 의존하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유세를 위해 자신이 가진 여러 선거 도구를 '의심'했고, 그 덕분에 선거 유세 방식을 다시 생각하였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더 똑똑하게 일하면서 밤늦게까지 SNS로 올라온 유권자들의 메시지에 개인적인 답변을 올렸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무엇이든 물어보도록 했으며, 스냅챗을 배워서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 또한 소외된 유권자들을 찾아다녔고, 경쟁 후보를 비난하는 네거티브 유세보다는 포지티브 유세에 집중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매우 참신하게 다가왔고 그녀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다.

 

다시 생각하기의 힘 : 청중을 설득하다.

하리시 나타라얀 2019년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토론대회에서 8년 간의 토론대회 데이터를 학습한 'AI 데브라'를 상대하게 되었다. 이 토론에서 하리시는 이미 데브라의 논조로 기울었던 청중의 92%를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도록 설득해 냈다. 토론 주제는 '과연 정부는 유치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가?'였다. 토론 준비시간 단 15분 후 데브라는 찬성, 하리시는 반대 주장을 펼쳐야 했고 토론의 승패는 누가 청중의 지지를 많이 받느냐에 달려 있었다. 데브라는 더 많은 자료, 더 나은 증거, 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리시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때 데브라가 제시한 사실들을 경청하고 인정하면서도 청중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의견을 다시 생각하도록 설득하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대방을 설득하려 할 때 흔히 대립적인 접근법을 선택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어버리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전혀 다른 것이다. 즉, 상대 의견의 약점을 비판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실제로는 전혀 바꾸지 않은 채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전형적인 논쟁 방식을 하리시는 선택하지 않았다. 하리시는 결코 설교자나 검사나 정치인이 되지 않았고, 보다 진실에 가깝게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과학자'라는 신호를 청중에게 보냈던 것이다. 그러자 청중은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하리시의 주장으로 기울게 되었던 것이다.

 

다시 생각하기의 힘 : 백인 우월주의자를 설득하다.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 데릴 데이비스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그들의 믿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집단 탈퇴를 도왔는데 그 수가 200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인종차별의 표적이 되었으나, 결코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증오하지 않았고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기꺼이 다가가서 그들에게 그들의 태도와 견해를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한 예로, KKK 단 주요 간부 한 사람은 '흑인은 뇌가 작아서 지적이지 못하고 유전적으로 폭력적인 성향을 띤다.'등의 이유를 들어 흑인이 열등한 인종이라고 주장했다. 데릴은 자기는 흑인이지만 단 한 번도 누구를 총으로 쏘지 않았고 자동차를 훔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 간부는 "범죄의 유전자가 바깥으로 발현되지 않았을 뿐, 분명 몸 안에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때 데릴은 그러면 "흑인 연쇄 살인범 세 사람의 이름을 대보라!"라고 했고, 그 간부는 한 명도 대지 못한 채 우물쭈물했다. 그러자 데릴은 유명한 백인 연쇄 살인범의 이름을 줄줄이 읊어댔다. 그리고 "그러므로 당신도 연쇄 살인범임에 틀림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그 간부는 자신은 누구도 죽인 적이 없다면서 펄쩍 뛰었다. 그러자 데릴은 좀 전에 그 간부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읊었다. "범죄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대릴은 그와 자신이 나눴던 모든 얘기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하며 껄껄 웃었다. 그 간부는 여러 달 후 다시 데릴을 만났을 때 그 대화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고 한다. 데릴이 심어놓은 의심의 씨앗에 싹이 튼 것이다. 결국 그 간부는 KKK단에서 탈퇴했다. 데릴은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려고 노력함으로써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다시 생각하기의 힘 : 성과주의 조직 NASA를 바꾸다.

나사(NSASA)는 성과주의 문화의 대명사로, 그곳 직원들은 우월감에 가득 차 있었고 자신의 일에 누군가 의문을 제기하거나 질문을 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을 만큼 폐쇄된 조직이었다. 그러다가 2003년 우주왕복선 콜롬비아 호가 폭발했고 승무원 7명은 전원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성과주의 문화가 고착된 나사에 대해 강력한 학습 문화, 다시 말해 '다시 생각하기'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2006년 우주왕복선 비행이 준비되고 있었을 때 발사 관리팀에서 발사를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연기할 것인지를 놓고 투표를 했다. 이때 앨런 오초아 한 사람만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막 학습을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시점이었기에 앨런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투표 후 그녀는 나사 본부의 고위 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생각을 이해하고 싶다는 거였고 그녀와 그녀의 팀은 발사 연기를 계속 주장했다. 다음 날 모든 센서가 다시 정상 작동을 했지만, 간헐적으로 오작동을 했던 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까지 3건의 발사 일정을 몇 달씩 연기시켰다. 그리고 극저온 환경에서 센서와 컴퓨터 사이의 연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오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후 앨런은 존슨 우주센터 부책임자가 된 후 중요 책임자가 되었으며 나사가 우주선 계획을 최종적으로 중단할 때까지 19차례 연속으로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 그리고 2018년 그녀가 은퇴할 때 나사의 한 고위 간부는 "2006년 그녀가 반대표를 던진 것을 계기로 우주선 발사라는 문제에 자신이 어떻게 접근하는지, 그리고 또 자신들이 과연 올바르게 잘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고백하였다.

 

책 <Think Again> 독서 후기

앞에 든 사례들은 극히 책의 일부 내용과 사례에 지나지 않음에도, 다시 생각하기가 얼마나 위력적인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모르는 것은 부끄운 게 아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며,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수치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모르는 것을 알려면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부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은 즐거움과 희열과 행복이 된다. 이처럼 다시 생각하는 습관은 삶에 활력을 주며 더 나은 미래로 인도하는 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