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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역설계> 리뷰 - 승자의 인생 치트키

by 노후니 2023. 2. 23.

&lt;역설계&gt; 책 표지
<역설계>, 론 프리드먼 지음


역설계란 무엇인가?


멋진 그래픽 디스플레이와 마우스라는 혁신적인 두 가지 특성을 자랑하는 매킨토시는 애플의 발명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뉴욕주 로체스터의 복사기 회사 제록스의 알토를 역설계해 탄생시킨 결과물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용자 친화적 운영 체제인 윈도우 역시 제록스의 제품을 역설계한 것이다. 제록스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저렴한 컴퓨터를 제작 및 판매할 계획이 없었고, 자신들이 가진 기술력의 잠재력을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잡스와 게이츠는 제록스 제품이 지닌 잠재성을 꿰뚫어 보고, 새로운 제품 개발에 적용하는 역설계로 엄청나게 값진 것을 얻었다. 이러한 접근법을 사용한 건 비단 이 둘만이 아니었다. 실리콘밸리는 역설계를 통해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하는 곳이다. 대상을 체계적으로 분해해서, 내부 원리를 알아내고, 중요한 통찰력을 뽑아내는 역설계(Reverse Engineering) 접근법은 기술 업계에서만 목격되는 특징이 아니다. 문학계의 거장, 유명한 셰프, 전설적인 코미디언, 명예의 전당에 오른 뮤지션, 최고의 스포츠 팀도 이 도구를 빈번히 활용한다. 심리학자이자 행동변화 전문가인 론 프리드먼의 저서 <역설계>는 타인의 비법을 역설계로 알아내서, 자기만의 혁신을 이뤄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왜 우리에게 역설계의 전략이 필요한지를 적절한 이론과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설명한 책이다.

 

역설계 활용법 1 : 숨겨진 패턴의 발견과 인식

인간은 본래 패턴을 찾아내는 일에 뛰어난 존재이다. 먼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식량을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지, 어떤 색깔의 식물에 독이 있는지 등 온갖 상황을 패턴 인식에 의존해왔다. 심리학자들은 뛰어난 패턴 인식 능력이 성공을 예측하는 데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높은 지적 능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라고 생각한다. '패턴 인식'이라는 엔진은 ①데이터 수집 ②중요한 변수 알아내기 ③유사성 찾아내기 ④예측하기라는 4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패턴 인식은 대상물을 분해해 탁월함을 알아내는 유용한 인식이지만 성과가 없는 때도 있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 '줌아웃' 전략이다. 가까이서는 보이지 않는 패턴이 줌아웃으로 멀리서 바라보면 비로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글쓰기에 활용되는 방법의 하나인 '역방향 개요 작성(Reverse Outlining)'은 줌아웃의 실용적 활용법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역방향 개요 작성은 앞으로 쓸 글에 담길 논지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작업해서 완성한 글에 담긴 주요 논지를 정리해 개요를 만드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광고에 대해 역방향 개요 작성을 하면 그 광고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줌아웃으로 패턴을 발견하기 위한 도구가 역방향 개요 작성만 있는 건 아니다. 대상을 수치화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특정 연령대에 속하는 건강한 사람의 활력 징후 평균치를 앓고 있으면 이상치를 쉽게 분간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데이터 과학자들은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노래, 책, 영화의 특징을 수치화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수치화 작업을 통해서 새 작품이 대중에 공개되기 전에 상업적 성공 여부를 예측해 개선점을 찾아낼 수 있다. 이를테면 당신이 만든 노래를 빌보드 톱 10에 진입시키고 싶다면 4분의 4박자, 밝은 가사로 된 경쾌한 노래를 만들되 악기 종류를 너무 많이 넣지 말라는 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설계 활용법 2 : 최적의 창의성 찾아내기

샌디에이고 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제니퍼 뮬러가 창의성에 관해 연구한 결과는 의외의 사실을 보여준다.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일수록 사람들에게 거부당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물론 그런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이들을 리더로서 부적합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참신함'을 갈망한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좋아하는 것은 '익숙함'이다.
다양한 상품을 1시간 이내에 배달하는 아마존의 서비스는 배송 혁신의 대표적 사례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20년 전에 그와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결국엔 파산한 코즈모닷컴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이렇듯 어떤 아이디어는 단순히 형편이 없어서 시장에서 밀려나는 게 아니다. 참신함이 오히려 약점이 되는 때가 있다. 전적인 모방은 실패에 이르는 길이고, 지나친 창의성이 퇴짜를 맞는다면 해결책은 그 양극단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즉, 익숙한 대상에 참신한 요소를 살짝 가미해 변화를 주는 게 역설계라는 것이다. 창의성의 역사를 연구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카림 라카니 교수는 이를 '최적의 새로움'이라 칭했다. 역설계는 전체 방식의 절반, 즉 검증된 공식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 공식을 그대로 복제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실수이다. 모방법으로는 위대함이 나오지 않는다. 거장의 작품을 해부한 후에 그 결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주해야 남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저자는 기존 공식을 변주하는 방법으로 ①여러 영향 요소 결합하기 ②다른 분야나 업계의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활용하기 ③팀원이나 주변 사람의 구성에 변화를 주기 ④영향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기 라는 이 네 가지를 제시하고, 그에 합당한 사례로 예술계, 비즈니스계, 정치계 인사 등 당대 최고 인물들의 역설계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창의적 천재로 손꼽히는 스티븐 킹 같은 소설가나 모네, 고흐, 피카소 같은 위대한 화가들도 그전 세대들의 작품을 모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바쳤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변주함으로써 자신만의 창의성을 완성해 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저자는 이 책의 2부에 나만의 설계도를 완성하는 기술을 상세히 알려준다.

 

역설계 활용법 3 : 성과를 돌아보게 만드는 점수판 효과

기업 리더들이 핵심성과지표(KPI)에 주목하는 이유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만은 아니다. 측정이 발전을 낳기 때문이다. 측정 지표가 부과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을 개선하려고 움직이게 되어 있다. 따라서, 올바른 지표는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 기업만이 아니라 행동을 바꾸고 싶은 개인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카이저 퍼머넌트의 보건 전문가들이 1,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실험 결과, 다이어트를 하면서 날마다 먹는 음식을 기록하기만 해도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서 2배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자신이 먹은 음식을 되돌아보며 정확한 열량 섭취량을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록하는 행위가 미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작용한다. 수치화한 지표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그것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집중력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이 바로 측정이 발전을 낳는다는 점수판 원칙이다.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든, 역설계로 알아낸 공식을 습득할 때든, 어떤 일에서건 발전을 위한 첫 단계는 끊임없이 점수를 기록하는 일이다. 고수의 경제에 이르는 출발점은 측정 지표이다. 그러나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효과적인 지표라도 그것은 전체 방정식의 일부일 뿐이다.

역설계 활용법 4 : 역혁신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라!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네슬레 등 많은 기업들이 제품 개발을 위해 역혁신 접근법을 활용한다. 이들은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신흥 시장에서 테스트하면서 즉, 신흥시장을 위한 제품을 먼저 개발함으로써 추후 진출하게 될 선진국 시장보다 요구 사항을 맞추기 더 어려운 소비자들로부터 적은 비용으로 신속한 피드백을 수집한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연예인이나 강연가, 정치인도 이와 유사한 접근법을 활용한다. 예를 들면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 기반을 닦고 선거 유세의 연설을 키우기 위해 지역 노인센터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청중 앞에 먼저 선다. 이처럼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연설을 자주 해보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주제와 표현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리스크가 낮은 소규모 청중으로부터 신속한 피드백을 얻을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규모가 작은 청중을 대상으로 테스트하기 외에 가면 활용하기, 아이디어부터 먼저 판매하기, 포트폴리오 다양화하기의 전략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이들 전략은 실패에 따른 대가가 작으면 리스크를 감수하기가 훨씬 더 쉽다는 원리에 기초한다. 성장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되 그 리스크를 줄일 기회를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

 

역설계를 통해 '탁월함'에 이르는 길

저자는 역설계를 활용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핵심 포인트로 ①수집가가 돼라 ②차이를 발견하라 ③설계도를 뽑아내라 ④모방하지 말고 한 단계 더 나아가라 ⑤비전과 능력의 격차를 받아들여라 ⑥당신만의 점수판을 만들어라 ⑦리스크를 최소화하라 ⑧편안함을 경계하라 ⑨미래와 과거를 이용하라 ⑩똑똑하게 질문하라 라는 10가지로 제시하고 신경과학, 진화생물학, 인간 동기, 스포츠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각 분야에서 탁월한 성공을 이룬 이들이 역설계 전략을 창의성, 동기부여, 기술 습득, 성과, 전문성 등과 관련해 소개한다. 급격한 변화와 치열한 경쟁은 이제 기술 업계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역설계는 누군가 가르쳐주기 전에 스스로 지식과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현시대에 가장 적합한 학습의 방식이며 우리가 역설계 접근법을 익혀야 하는 이유라는 게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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