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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트렌드코리아 2023> 리뷰 - 초(超)개인화 시대의 성장 전략은 무엇일까?

by 노후니 2023. 2. 9.

<트렌드코리아>, 김난도 외 9인 지음

 

도약을 준비하는 검은 토끼의 해 : RABBIT JUMP

2023년은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이다. 토끼는 속담이나 설화에 꽤 많고 영리한 지략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한다.토끼의 지혜를 잘 나타내주는 표현이 '교토삼굴(狡兎三窟)'이다. 이는 교활한 토끼는 세 개의 숨은 굴을 파놓는다라는 뜻으로 재난이 닥쳤을 때 피할 수 있는 플랜 B, 플랜 C를 함께 마련한다는 뜻이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몰아 담지 않고 리스크 헷징을 잘한다라는 것이다. 2023년은 여러 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었던 2008년의 스태그플레이션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는 2023년 미국 경제가 침체의 바닥을 짚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연구소가 개발한 경제예측 모델에 의하면 향후 1년 안에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66%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엄청난 기술의 진보와 비대면 경제의 발달, MZ라고 불리는 세대가 소비층의 중심이 되었다는 점에서 2023년은 2018년의 경기 침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에서 소비 트렌드를 연구하고 있는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3>은 이러한 추세적 변화가 경기 침체라는 주기적 변화와 만나서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추론해 2023년의 소비 트렌드를 10가지 키워드로 제시한다.


평균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rage)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전형성의 상실 즉, 평균 기준 통상적인 것들에 대한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이 기준성을 상실하는 경우는 1. 양극단으로 몰리는 '양극화' 2. 개별값이 산재하는 'N극화' 3. 한쪽으로 쏠리는 '단극화' 로 구분할 수 있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양극화가 가속되고 각종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준거집단이 다원화돼 개인 맞춤화 경향이 강해지는 가운데 시장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규모의 효율의 극도로 좌우되는 플랫폼 경제가 발달하면서 양극화의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 시장의 판도도 바뀌고 있다.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 차별화, 다양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시장이 취할 전략은 양 극단의 방향에서 한쪽으로 색깔을 확실히 하는 양자택일 전략, 소수 집단에서 최적화된 효용을 제공하는 초다극화 전략, 경쟁자들이 모방할 수 없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승자독식 전략 이 세 가지이다.


오피스 빅뱅(Arrival of a New Office Culture)

미국에서는 대(大)사직 시대라고 부를 만큼 사직 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조직 문화도 크게 바뀌고 있다. 이제 이직은 경력 관리의 수단이자 로망이 되었다. 기존 조직 문화가 빅뱅 수준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을 저자는 '오피스 빅뱅'이라고 명명한다. 이 오피스 빅뱅의 원인은 팬데믹 동안 많은 노동자가 새로운 업무 방식에 적응했을 뿐만 아니라, 자산 가격 상승으로 임금 노동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회사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라 여기는 조직 동일시가 조직의 성장보다 나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으로 변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앞으로 오피스 빅뱅은 직장 내에서 그치지 않고 개인, 조직, 시장의 변화를 연쇄적으로 불러 일으킬 것이다.


체리슈머(Born Picky, Cherry-sumers)

흔히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겨가는 소비자를 체리피커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진일보하여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알뜰 소비 전략을 펼치는 소비자를 저자는 '체리슈머'라고 명명한다. 체리슈머는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딱 맞춰 구매하는 '조각 전략'으로 실속을 챙기고, 함께 모여 소비하는 '반반 전략'으로 절약을 도모하고, '말랑 전략'으로 유연한 계약을 찾으며 리스크를 줄인다. 체리슈머의 등장이 최근의 경기 악화에 기인하는 건 맞지만, 1인 가구의 증가로 작고 유연한 소비를 선호하게 되는 구조적 변화이자 앞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추세적 변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똑똑하고 창의적인 MZ 세대들의 성향이 체리슈머 트렌드를 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추세이다.


인덱스 관계(Buddies with a Purpose)

요즘의 관계 맺기는 목적 기반으로 형성된 수많은 인간관계에 각종 색인을 뗐다 붙였다 하면서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관계 관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관계의 중요도가 다차원적으로 구성되면서 관계의 '밀도'보다 '스펙트럼'이 중요해졌다. 저자는 이러한 관계를 '인덱스 관계'라고 칭한다. 친하다, 안 친하다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니라 인친, 트친, 패친, 실친에 이르기까지 인간관계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부여하는 인덱스 관계의 출연으로 기존의 인간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뉴디맨드 전략(Irresistible! The 'New Demand Strategy')

어떻게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문제는 모든 비즈니스에 숙명처럼 주어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제품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상향 표준화되는 시장 상황 특히, 불황기에도 불가항력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 수요 창출 전략을 '뉴디맨드 전략'이라고 명명한다. 아이폰을 출시한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고 하였다. 소비자가 아예 생각지도 못한 제품을 내놓았을 때, 비록 불황기라도 그들은 줄을 서고 지갑을 연다.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뉴디맨드 전략이다.

디깅모멘텀(Through Enjoyment)

인간은 몰두하는 존재이다. 이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아주 보편적인 문제이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몰두는 조금 특별하다. 최근 유행하는 '과몰입'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그들은 과도한 몰입을 통해서 자기를 찾고 발견하고 표현하고 과시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디깅 모멘텀'이라고 칭한다. 디깅이라는 말은 채굴 혹은 발굴이라는 의미로 특정한 대상을 깊이 파고 들어가 종국에는 자기 존재를 발견하는 경지에 이른다는 점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디깅에 진심인 사람이 많아지면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취미, 키덜트 등 관련 산업도 함께 커나가고 있다. 이 디깅이 도피가 아니라 자아 성취가 되려면 일상과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즉, 디깅의 핵심은 성장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알파세대가 온다.(Jumbly Alpha Generation)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인류 최초의 진정한 디지털 · 모바일 네이티브라는 의미에서 신인류의 시작 즉, 알파라 부를 만하다. 이는 단순히 제트 세대의 다음 세대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종족의 탄생을 은유한다. 태어나서 처음 한 말이 엄마가 아닌 '알렉사'였다는 이들은 자기 중심성이 강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나라고 믿는 까닭에 모두가 스스로를 셀레브리트(유명인)이자 아키텍트(건축가)라고 여긴다. 누구나 쉽게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는 틱톡을 주요 SNS로 삼고 '국영수+코'라고 불리는 코딩 학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알파 세대의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점에서 부모와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선제적 대응기술(Unveiling Proactive Technology)

지금까지는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이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맞춰 조작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이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스스로 파악해서 미리 제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실내가 좀 어두운데 밝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즉,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배려해 주는 기술이 나오고 있는데 저자는 이를 '선제적 대응기술'이라고 부른다. 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맥락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제적 대응기술은 삶의 각종 편의를 넘어서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공간력(Magic of Real Spaces)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도 우리 삶의 근본적인 토대인 실제 공간의 힘을 따라올 수는 없다. 멋지다고 소문이 난 공간은 어디에 있든 늘 사람들로 붐빈다. 저자는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실제 공간의 힘을 '공간력'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공간력을 첫번째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력'과 두번째 가상의 공간과 연계되어 효율성을 강화하는 '연계력', 세번째 메타버스와의 융합을 통해서 그 지평을 넓히는 '확장력'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내용에 맞는 사례를 통해 매력적인 컨셉과 테마를 갖추고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공간력이 리테일의 최고 무기라는 것을 설명한다.


네버랜드 신드롬
Peter Pan and the Neverland Syndrome

최근 한국 사회에서 나이보다 어리게 사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 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경향을 영원히 아이의 모습으로 사는 피터팬과 그의 친구들이 사는 네버랜드의 이름을 따라서 '네버랜드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유년화는 일부의 취향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이 되어가고 있다. 네버랜드 신드롬은 어린 시절의 향수로 위안을 얻는 것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는 미성숙의 징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징후를 최소화하려면 유아적이고 무책임한 자기중심주의가 아니라 청년의 신선함과 발랄함을 가슴에 품어야 한다.

 

도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2022년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몇 년이 나노 단위로 분해되고 쪼개지는 한 해였다. 결혼 대신 비혼을 선택하고, 조직에 소속되기보다 혼자 일하는 노동을 선택하는 사람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구성원 사이의 공통분모는 계속해서 작아지고 사람들의 가치관은 점차 '나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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