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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전문가의 시대는 끝났다! - <폴리매스> 리뷰

by 노후니 2023. 2. 27.

&lt;폴리매스&gt; 책 표지
<폴리매스>, 와카스 아메드 지음

전문가 시대의 종말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동화 기기들이 활약하는 미래 세계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할까? 초(超) 지능의 기계들이 인간의 일을 대체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특히 산업화 이후, 분업화와 전문화에 익숙해진 개인은 무엇을 준비하고 바꿔야 할까? 인류의 편리를 목표로 급속도로 발전한 과학 문명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을 기계와의 대결 속에서 생존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껏 하던 방식 즉, 마치 기계의 부품처럼 일하는 방식으로는 자아실현을 할 수 없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또한 지식 홍수의 시대에 수많은 지식이 서로 연결되고 융합하여 순식간에 새로운 지식으로 재탄생하는 지금의 시대는 한 분야 전문가가 아닌 여러 분야에 걸친 통섭 존재를 필요로 한다. 환경의 변화는 인간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법의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폴리매스'의 의미

폴리매스(Polymath)'폴리(Poly)'는 '세개 이상'을 의미하며, 서로 무관한 세 개 이상의 분야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는 사람을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대표적 폴리메스이다. 다빈치는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그린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건축가이다. 또한 철학, 광학, 해부학, 엔지니어, 비행사, 군사전략가이기도 하였다. 직종 변경뿐 아니라 업종 변경까지 포함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폴리메스는 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을 칭하는 것이다. 책 <폴리매스>의 저자인 와카스 아메드는 한계를 거부하는 새로운 인종으로서 '폴리매스'를 정의한다. 저자 역시 '떠오르는 청년 다빈치'라는 칭호를 받은 폴리메스로 예술 감독, 디지털 큐레이션, 외교 분야 기자이자 발행인, 전 세계 권위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어, 각종 정부회의 참여 에디터, 신경과학 연구자로 주목받고 있다. 저자는 융합형 폴리매스를 키워가는 것이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우리 안에 잠든 통합하는 감각, 다재다능한 기술, 연결하는 능력, 일정 수준의 지능, 순간순간의 창의성, 호기심, 남과 구별되는 자신의 개성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세상을 빛낸 폴리매스

폴리매스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경계를 허물고 연결을 통해서 창의성으로 이끌며 총체적 사고와 방법론을 사용하여 시대를 이끌어 왔다. 20세기 뛰어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윈스턴 처칠은 다양한 분야의 고위 관료직들을 두루 역임했으며, 유능한 군인이자 예술가이자 학자였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이자 100여 점의 유화를 남긴 화가였다. 엘리자베스 여왕에 따르면 처칠은 다방면의 천재였다고 한다. 소설과 희곡, 시를 쓰는 작가로 명성을 얻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변호사, 궁정 관료, 철학자로도 활약했으며 생물학, 식물학, 물리학과 같은 과학 분야에서도 상당한 업적을 이뤘다. 그는 법학을 전공하기 전에 소묘와 수채화를 그리는 화가로서도 경력을 쌓았다. 1960년대 쿠바 혁명을 이끈 지도자 체게바라는 베스트셀러 여행기의 작가이자, 정식 수련을 받고 활동한 의사였으며, 권위 있는 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이자, 군사 이론가, 정치인, 외교관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폴리매스들을 저자는 지도자형, 킹 메이커형, 혁명가형, 지식인형, 교육가형 ,신비주의자형, 탐험가형, 과학자형, 예술가형, 기업가형, 박애주의자형으로 구분했다. 우리가 위인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들은 잘 알려진 업적의 관련 분야 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전문적이었던 것이다.

전문화 숭배의 폐해

그런데 지식의 홍수 속에서 수많은 지식이 서로 융합하여 순식간에 새로운 지식으로 재탄생하는 지금의 시대는 오히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대우받고 있다. 한 우물만 파도록 가르치고 또 인정하는 세상이다 보니 다방면의 재능은 잠깐 주목받을 수 있으나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이나 표준에서는 벗어난다고 여긴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다능하고 박식한 존재가 필요합니다. 다가오는 시대에 폴리매스가 되냐 마느냐는 곧 생존의 문제이다. 전문화 숭배는 개인의 생존을 어렵게 합니다. 전문화할수록 개인은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든 미래가 불확실하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멸하는 오늘날, 직업의 다각화는 개인의 생존을 가장 확실히 보장해 주는 수단이다. 또한 '한 우물'만 파는 것은 개인의 지적, 영적 성장 또한 저해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데, 특정한 시각으로만 보는 세상은 좁고 모호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복잡성 이론의 아버지 에드가 모랭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특정 의미가 사라지는 일이 빈번하듯, 인위적으로 구분한 학문들 틈새로 중요한 현실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비유하자면 한 분야만 파는 것은 하나의 창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전문화에서 벗어나 여러 방면에서 관찰하고 통합적으로 사과하며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독창성을 발휘하는 다재다능한 인간이 미래의 인재상이 될 것이다. 저자는 개성, 호기심, 지능, 다재 다능함, 창의성, 통합, 혁명의 일곱 가지 요소폴리매스를 찾아가는 핵심 요소로 규정한다. 개성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개성을 찾는 과정은 곧 자아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다만 남의 이해를 희생시키는 이기심과는 달리 사회적 자유, 지적 자유, 영적 자유를 찾아 자아를 성찰하는 태도가 곧 개성이다. 호기심은 경계를 짓지 않고 중단 없이 탐구하는 능력이다. 중국의 철학자 공자는 참 지식은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아는 것이라고 말했고, 15세기 독일의 철학자 니콜라우스 쿠자누스는 사람이 자신의 무지함을 깊이 깨달을수록 그의 학식은 더욱 깊어진다고 했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영역의 경계를 짓지 않고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능은 다양한 자질을 배양하고, 연습하고, 최적화하는 능력으로 다양한 지능을 갖기 위해 지능이 제한적이라는 고정형 사고방식보다는 다양한 관점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연습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여러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함, 서로 무관해 보이는 영역들을 연결하고 종합해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창의성, 다양한 지식의 갈래들을 통합해서 전체를 그리는 통합의 능력이 폴리매스형 인간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폴리매스> 독서 후기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24시간 사회 연결망으로 이어져 손가락 터치 하나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전에 없던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으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디지털화된 세상은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틀 안에 우리를 가두고 있다. 특히 분업화와 전문화에 익숙해진 인간은 곧 기계로 대체될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그 시대의 유물을 붙잡다가 함께 무너질 것인가? 전문화 시스템에 맞서 싸우고 사고의 전환을 시작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이제는 어린 시절에 반짝거리는 호기심, 유연성, 창의성을 다시 회복해야 할 때이다. 한 가지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때 느끼는 몸의 염증 반응은 마음 회로로 급속도로 전이되었다. 모험을 감행하는 폴리매스의 역동적인 삶의 태도를 절실하게 익혀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바로 이 책 <폴리매스>에서 원하는 인생을 살면서 시대를 이끄는 선봉장이 될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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