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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감성과 지성으로 일한다는 것> 책 리뷰 - 의미가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

by 노후니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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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지성으로 일한다는 것>, 야마구치 슈 · 미즈노 마나부 지음


철학과 예술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일본 최고의 전략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와 굿디자인컴퍼니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즈노 마나부의 대담집인 <감성과 지성으로 일한다는 것>은 어젠다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선 세계관을 구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세계관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예술이나 디자인 같은 시각적 표현이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점을 세계적 기업들의 흥미로운 비즈니스 사례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정답 과잉과 미래의 가치 구조

매슬로 욕구 5단계 이론은 생리적 욕구에서 시작해 안전 욕구, 소속과 사랑 욕구, 존중 욕구, 자기실현 욕구로 올라간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안전 욕구나 생리적 욕구는 완전히 충족되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다양한 욕구 단계에 대응하는 비즈니스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는 문제 즉, 곤란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지만 지금 세상에는 곤란한 것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 결과 발생한 문제가 '정답의 과잉화'라는 문제이다. 가전제품의 경우 디자인이며 기능들이 어느 회사나 거의 비슷하다. 이는 모두가 정답에 도달했다는 의미이다. 이미 모든 게 편리하다 보니 고마운 생각도 없고 갖고 싶다는 욕구도 딱히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오히려 일종의 불편이 요구되고 있다. 70년대 만들어진 공랭식 포르셰의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몇 배나 비싼 이유는 그 때문이다. 현재는 편리함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20세기 때와는 가치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치'와 '의미가 있는 가치' 중 어느 하나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치 VS 의미가 있는 가치

지금까지 기업들은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치로 경쟁해 왔지만 이제는 필요의 과잉 상태에 도달했다. 대신 의미를 담은 가치는 희소한 상태이다. 필요를 충족시키는 능력은 논리와 과학 스킬에 의해 뒷받침된다. 정답이 있어서 실행하기 쉽다는 것이다. 의미를 담는 능력은 지식을 축적해서 만들어낸 센스이다. 다시 말해 예술, 직감, 질의 향상에 기반한 미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필요를 충족시키는 게 최고의 가치였던 1960년대와 70년대는 시장 조사를 통해 고객이 좋아할 만한 점을 찾아내서 거기에 맞게 만들어 파는 게 비즈니스의 정석이었다. 그때는 대중의 불만이 중요했고 한 개인의 좋고 나쁨이라는 미적 판단은 중요하지 않았다. 1970년 저렴한 쿼츠 시계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스위스 시계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스위스 시계 산업은 소유한 사람에게 의미 있는 자기표현의 시계를 만들겠다는 방향으로 전환해 결국 캐주얼한 스와치나 롤렉스의 스포츠 워치, 귀족적인 브레게, 억대가 넘는 리처드미를 탄생시켰다. 스위스의 명품 시계 브랜드는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치에서 벗어나 의미가 있는 가치의 길을 선택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로 세계관을 만든다!

저자들은 의미를 만든다는 것만큼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 또한 비즈니스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도야마 마사미치가 제안한 미쓰비시 사내 벤처기업 기획서는 '수프가 있는 하루'라는 스토리로 구성되어져 있다. 서류에는 단가가 얼만지 상품은 몇 종인지 마케팅 요소 같은 건 전혀 없고, 단지 한 여성이 수프를 먹고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는 스토리가 전부이다. 마사미치는 사업을 준비하면서 세계관을 세우고 그것을 공유하기 위한 스토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광고는 기업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 수단이다. 사토 마사히코의 '코롤라 Ⅱ' 광고는 자동차 성능이나 기능은 강조하지 않고 대신 '코롤라 Ⅱ를 타면 이런 일상이 찾아올지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게 제작하였다. 이런 것이 세계관을 알리는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브랜딩은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일이며 좋은 광고는 브랜딩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애플의 '씽크 디퍼런트'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기존의 TV 광고는 15초 틀에 묶여 있고 막대한 비용도 들지만, 웹에서는 비용도 들지 않고 표현의 장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치는 15초 동안에도 전달할 수 있지만, 의미 있는 가치 즉 세계관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 네이밍도 세계관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등산용품을 비롯해 의류까지 만들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파타고니아는 일찍부터 환경 보호나 지속 가능성에 힘을 쏟았기에 사람들의 뇌에 강한 스토리를 심어주었다. 거기에 '파타고니아'라는 지명이 가진 원시 비경의 신비한 이미지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져 시너지 효과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설립 당시의 회사명은 쉬나드 익프인먼트였다. 만약 회사명을 바꾸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영국 애플 레코드 애호가였고 서부 히피 문화도 체험하였다. 애플이라는 이름에는 그들의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70~80년대 캘리포니아의 자유로움,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세계를 바꾼 흐름, 그리고 기성 문화에 대항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근거로 한 문화까지 전부 함축되어 있다. 즉 애플이 곧 세계관인 셈이다.

 

세계관은 지식에서 시작된다.

지식을 쌓으려면 인풋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자리를 지키면서 일만 오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어디에 있는 시간보다 머리를 쓰는 시간이 중요하다. 지식은 시간의 함수이다. 인풋 시간을 늘릴수록 지식의 양은 증가한다. 누적된 인풋의 양이 센스가 되고 지식이 되는 것이다. 세계관을 만드는 방법이 독특하다고 생각되는 회사 중 하나가 나가 마츠다이다. 보통 자동차 쇼룸은 온통 하얀색 바닥에 바닥은 반들반들하다. 마치다는 카페처럼 차분한 목재 바닥으로 바꿨다. 마츠다는 필요를 충족시키는 경쟁에서 쓴 맛을 본 후 브랜드화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제조 혁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혼동(魂動, Soul of Motion)'이라는 디자인 모델을 만들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판매점이나 광고 등 모든 분야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도입해 통일감 있게 디자인했다. 공감을 얻기 위한 스토리도 만들었다. 브랜드의 세계관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 일을 시작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변변한 방송 광고나 포스터도 없이 매장 인테리어, 유니폼, 텀블러, 머그컵, 로고만 가지고 레드오션에 뛰어들어 성공한 스타벅스의 세계관은 '스타벅스에서 혼자 라떼를 마시는 나'라는 압도적인 스토리로 집약된다. 스타벅스의 세계관에 타겟이 스스로 찾아와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자신을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저자들은 세계관이 바뀌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세계관은 감성과 지식이 결합한 크리에이티브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관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브랜드의 세계관을 만들 수도 있고 동시에 경영이나 비즈니스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디자인의 세부를 보면서 기업이나 브랜드의 비전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세계관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저자들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대표적인 예로 스티브 잡스를 지목한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엔지니어로서도 일류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잡스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의 이상적인 모습이라든가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미지를 확실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잡스의 진가이다. 잡스는 완성된 TV 광고가 그전에 제안했던 촬영 대본과 아주 조금만 달라도 그 차이를 눈치챘다. 디자이너의 미적 감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이런 능력을 겸비한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의 중요성과 의미를 만드는 것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경영자의 안목이 중요하다. 크리에이티브를 판단할 스킬이 없으면 외부에서 데려오는 게 맞다. 따라서 디자인이나 크리에이티브 부서는 앞으로 사장 직속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미래의 경쟁력을 높인다라는 큰 테마에 미래의 경쟁력이 담겨 있다. 즉 디자인과 미적 감성이 미래의 대세가 된다는 뜻이다.

 

의미가 미래를 만든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의미를 만든다.'가 '미래를 만든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답만 빠르게 찾아내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의미를 찾고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 의미가 담긴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그 세계를 실제 구현하고 사람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감성과 지성을 동시에 소유한 사람이 미래의 진정한 인재이다. 이 책은 그러한 미래 과제를 풍부한 사례로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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